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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고싶은영화☆

무뢰한 The Shameles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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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살인자의 여자를 만나다.

범인을 잡기 위해선 어떤 수단이든 다 쓸 수 있는 형사 정재곤(김남길 扮). 그는 사람을 죽이고 잠적한 박준길(박성웅 扮)을 쫓고 있다. 그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는 박준길의 애인인 김혜경(전도연 扮). 재곤은 정체를 숨긴 채 혜경이 일하고 있는 단란주점 마카오의 영업상무로 들어간다. 하지만, 재곤은 준길을 잡기 위해 혜경 곁에 머무는 사이 퇴폐적이고 강해 보이는 술집 여자의 외면 뒤에 자리한 혜경의 외로움과 눈물, 순수함을 느낀다. 오직 범인을 잡는다는 목표에 중독되어 있었던 그는 자기 감정의 정체도 모른 채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언제 연락이 올 지도 모르는 준길을 기다리던 혜경은, 자기 옆에 있어주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 Preface ]

시작부터 ‘무뢰한’이었다. 한자 뜻으로 보면 누구에게도 소속되거나 의지하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지만 그 본질은, 자기가 쟁취해야 하는 목표나,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행동이 있을 때, 선과 악의 개념 없이 어느 방향으로든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킬리만자로> 때 취재를 위해 조폭들과 형사들을 따라 다닌 적이 있었다. 범죄자와 법의 수호자라는 완전히 입장이 다른 세계에 속해 있는 이들이었으나, 그들의 행동의 본질은 똑같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선과 악을 가리지 않고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는 그들을 보며 ‘무뢰한’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한국 남자들 안에는 다 ‘무뢰한’이 살고 있다. 투박하고 포악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한다. 그런 ‘무뢰한’이 사랑을 할 때 좋아한다는 말도 못 하고, 거의 괴롭힘에 가깝게 여자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돈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단서는 직접적으로 이 영화에 없다. 범인을 잡는다는 목표를 향한 수단으로 만난 거짓에서 시작된 사랑이고, 주인공조차 제 감정이 사랑인 줄 모르기에 이 영화는 폭력적이고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무뢰한’의 행로를 그리는 하드보일드 멜로다. 화면이 매끄럽거나 미술이 화려하거나 기교 있는 편집 같은 건 최대한 배제하려 애썼다. 거칠고 투박하게 ‘무뢰한’이 가진 감정의 원형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짓으로 여자에게 접근한 형사, 그리고 늘 남자로 인해 고통 받던 여자가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 될 지도 모를 남자를 만나 희망 섞인 감정을 품게 되는 <무뢰한>의 사랑은 그러므로 밑바닥의 사랑이라 불릴 수 있다. 고통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속죄를 하고자 하는 두 주인공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관객들이 자신을 돌아보며 조금이라도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감독 오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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